[슈디트]마노레이

슈디트는 물끄러미 상대를 관찰했다.
이름은 장량. 입 안에서 굴려지는 발음이 묘한 사내는 글쎄, 친구라고 하면 적당할까-.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괜찮을까, 묘한 사람이다. 딱, 그 입에 굴려지는 이름만큼.

“괜찮아?”

괜찮아 보인다. 정신이.
괜찮지 않아 보인다. 몸이.
애매한 간극은 판단을 더디게 해, 그저 본인에게 물어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.

………괜찮지 않더라도 괜찮다고 할 사람이지만.

“괜찮아.”

-역시나.

장량이 괜찮아 진 이유를 알고 있다. 괜찮지 않은 이유는 괜찮아 진 이유일 것이다.
마노 레이, 기펠세이먼의 대장. 부드럽고 강한 사람, 유약하고 굳건한 사람.
장량은 그 사람과 군신의 관계를 맺었다. 의지는(依支)는 의지(意志)가 되어 그 둘을 강건하게 만들 것이다. 관계적으로나, 심적으로나.  


희망을 죽여가던 사람이 다시 살아가려는 것은 탐탁한 일이다.
자존심은 상하지만 – 옆에서 힐러 하나가 백날 떠들어도 관계성 하나엔 못 미치는 것이. - 솔직히 정신적인 문제는 그다지 자신이 없다.

특히 군신유의라던가 충의라던가, 알고는 있지만 아득히 먼 이야기다. 머리로 알지만 가슴으로 깨치지 못했다.

그것 역시 장량과 슈디트의 많은 차이 중의 하나일 것이다.

“…괜찮으면 그냥 쉬어.”

상대는 정말로 괜찮아 보인다.
조금 쉬면 조금 더 괜찮아 질 것이다.





자신은 분명히 말하지만, 오지랖이 넓은 성격은 아니다.
라고 슈디트는 생각한다.

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대장이라는 사람의 집무실 앞을 서성이는 것은 또 어쩐 일일까. 어쩌면 지루함, 어쩌면 호기심, 그리고 또 다른 어떤 것.

“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.”

문을 잡자마자 느끼는 것은 묘한 불안감이다. 미래를 조금 볼까 하고, 10초 정도 생각했던 것 같다. 그러나 조금 귀찮기도 해서 손 위치를 바꾸어 조용히 노크 한다.

“….무슨…일이죠?”

낮게 늘어졌던 외침이 뚝. 끊겼다. 당장 일어날 10초후의 미래 같은 건, 읽지 못하니까….. 하면서도 슈디트는 미래를 향해 신경을 집중한다. 집중할 뻔 했다.

“문 밖에 있는 cutie는 어떤 cutie야? 문 좀 열어줘!”

-라는 밝은 듯 한 소리와.

“열지 마.”

라고 하는 진중한 목소리.

“열어줘어어어!”

-하고, 다시 말하는 목소리와.

“열지 마.”

하고 또 다시 말하는 목소리. 대체 어쩌라는 거야, 하며 문을 노려본다. 그러나 슈디트가 문고리를 잡고 힘을 준 것은 글쎄, 또 무슨 이유였을까-. 알 수가 없다.

“….아.”

시야에 들어온 것은 분홍.
흐드러지게 핀 진달래꽃의 색. – 처연한 빛이다.
하얗고, 가느다랗고-. 그러나 단련된 빛이 보이는 청년 하나가 훅 스치고 지나간다.
달려든다. 방안을 흐드러지게 메우는 것은 서류철이고, 그 중에서도 슈디트는 버터 바른 토스트의 냄새를 맡았다.

"고마워  Cutie."
"큐......"

살다 살다 별 소리를 다 듣는다. 고 슈디트는 눈을 돌렸다. 이미 꽃분홍의 화사한 청년은 저만치를 달려나가 있고,- 매우 즐거워 보인다.- 눈 앞의 장량은 무심한 얼굴로, 그러나 고뇌를 감추지 않은 채 한 숨을 쉰다.

“미안….”
“괜찮아.”
“……. 상황 파악아 안 돼서 그러는데, 무슨 일인지 물어 봐도 되?”
“대장님이 식사를 거부하고 도망가셨어.”
“……………”
“…….”
“아.”

슈디트는 다시 눈을 돌린다. 아마 그가 마노 레이, 기억을 잃는 대장일 것이다. 저 멀리에서 사뿐히- 날렵하게 달려가는 소리가 들린다.

“미안해, 일에 참견 좀 할게.”
“…….”

장량은 말이 없다. 슈디트는 그걸 동의라고 생각했다.


뛴다. 달린다. 튀어 오르듯이, 휘말려 들어가듯이. 바람이 거세어 등골이며 옷자락을 휘감아 들었다. 등 뒤에서 부는 바람 때문에 슈디트는 나는 듯한 느낌도 들었지만, 폐가 찢어질 듯한 느낌이 가시지 않는 건 아니었다. 숨이 찬다. 뱉어내고 마시는 그 숨결에 도리어 숨이 막히는 듯 하다.

저 사람은 발에 날개라도 단 걸까.
정말로, 엄청나게 빠르다. 몇 번 넘어질 듯 휘청-. 하다가도 재빠르게 중심을 잡아 앞으로 튀어나간다. 아니, 앞. 약간 오른쪽, 아니면 왼쪽으로 휙. 몸을 돌려서. 저렇게 자유자재로 몸을 움직이는 사람.

잡을 수가 있을 리 없지.

헐떡이는 숨을 뱉는다. 머리가 흔들려 멀미가 나고, 시야는 어찔어찔하게 색체를 잃어간다. 당장 산소를 마셔야 하는 몸뚱이는 더 이상 사고의 자유를 주지 않는다. 슈디트는 비틀 거리는 무릎을 꾹 누른 채로 숨을 몰아 쉰다. 그때였을까? 자신의 발끝, 왼쪽으로 조금 더 멀리에, 다른 발이 스윽 다가온다.

“응? Cutie. 왜 날 쫓아오는 거야?”

슈디트는 대답대신 옷자락을 쥐었다. 옷자락은 서늘하고, 빳빳하고, 적당히 부드러워서, 기분이 좋았다.

“아, 잡혔다.”

어째서 만개한 진달래 꽃. 화사한 봄의 빛. 그런데 왜 이렇게 처연한 걸까. 손 안에서 빠져나가려는 옷자락을 슈디트는 조금 더 세게 쥔다.

“그런데 Cutie….이건 좀 놔주면 안될까?”
“도망가실 거잖아요.”
“도망 안 갈게.”
“못 믿습니다.”

짤막한 대화가 오간다. 슈디트는 헐떡이는 숨을 억누르려고 애를 쓴다. 상대방은- 지치지도 않았는지, 빙글 빙글, 화사한 웃음뿐.

“cutie는 누구야?”
“지나가는 힐러요.”
“특이한 이름이네.”
“이름을 말해 보았자, 내일이 되면 잊혀질 테니까요.”
“아까 키 큰 cutie가 내가 기펠세이먼의 대장이라고 했어. Cutie도 기펠세이먼?”

-….아. 장량아. 고생하는구나.

“네, 일단은요. 하지만 전 누구와는 달라서요-. 존중은 하겠지만 복종은 하지 않습니다. 그리고 건강문제에 대해서는 존중도 하지 않을 겁니다.”
“….”
“그러니까 일단 아침 드세요.”

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

뱀발:

“아침 안 먹는다고 죽진 않아.”
“죽지는 않죠.”
“그리고 왜 계속 쭈그려 앉아 있는 거야?”
"힘 다 떨어져서요."

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

by 사요 | 2009/06/03 21:15 | 트랙백 | 덧글(1)

영결식

눈물이 나네요....

너무 울어서 머리가 아픕니다.

시기 때문일까요, 아니면 현 대통령 때문일까요,어쩐지 참, 많이 씁쓰름해지는 영결식이었습니다.

기록하지 않으면 잊더라고요. 그러니까 기록하기로 했습니다.

 제가 갔던 영결식, 노란색 풍선. 울음. 합창, 사랑으로. 눈물과 함꼐 내일 눈 뜨면 잊혀질 것 같아서 슬픕니다.

 

by 사요 | 2009/05/30 00:56 | 트랙백 | 덧글(0)

놀이

여어 저기 술래가 지나간다.

입을 다물고, 눈을 감고, 꽁꽁 숨자.
그래야 산다.


실눈도 안된다. 숨소리도 안된다.
술래에게 들킬라.

by 사요 | 2009/05/28 23:29 | 트랙백 | 덧글(0)

노무현을 위한 추모의 검정.

노무현을 위한 추모의 검정.

by 사요 | 2009/05/23 10:12 | 트랙백 | 덧글(1)

쥬디트 or 아비가일(2007/07/22 12:44)

 

쥬디트(유딧) or  아비가일(에비게일)

 

자기에게 주어진 운명에 대항함.

절벽에  떠밀려  죽었다고  알려져  있음.(혹은  죽었음)

머리를 짧게 자른 톰 보이. 희고 고른 이를 활짝 내 보이며 웃는다. 가무잡잡하게 탄 얼굴에,  갈색눈, 금갈색 고수머리. 

 

by 사요 | 2008/12/20 00:04 | 트랙백 | 덧글(2)

◀ 이전 페이지          다음 페이지 ▶